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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같이 

거대한 비밀을 수호하며 

침묵을 맹세하듯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어느덧 어색하지 않은

6월입니다.

 

출근길에 지하철의 에어컨을 

온몸으로 받으며 반쯤 졸린 상태로 앉아

앞에 뒤돌아 서있는 아가씨의 

청바지 뒷주머니 사이를 흐린 초점으로

연신 쳐다봅니다.

 

좀 더 흐리게 보면...

조금만 더 흐리게 보면...

 

...보일 것도 같아서요.... ㅎㅎ

 

이윽고 지하철에서 내리는 순간

정장 안으로 입은 티셔츠가

살에서 마중나온 땀에 

어깨를 확 감싸안습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늘 그렇듯 누군가 한 각도만 볼 수 있게

뒤에서 잡고 있듯 굳어있는 목을 돌려봅니다.

으드득...

 

그렇게 시야가 닿은 파아란 하늘로

비행기 한 대가 날아갑니다.

 

그래도...

그래도...

누군가는 가는구나...

 

비행기타고 가는구나...

 

하아...

 

 

그렇게 저를 태우지 않고

제 속만 태우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5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늘 그렇듯 일행과 함께 호텔을 정하고 

레메디오스 서클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돌아가는 말라떼 주변에 알마다 호텔을 

하나 더 정해서 놀곤했습니다.

 

지노형과 노는 일행과 떨어져 

말라떼에서 놀다가 건수 있을 때 

바로 사용할 호텔로도 좋았구요.

 

ㅂㅂㅇ를 데리고 올라갈 때에 

중간에 잡힘(?)없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옵션과 

 

좁디 좁은 꼭대기 수영장에

ㅂㅂㅇ를 데리고 가면 앞 뒤로 

높은 빌라에서 보내주던 응원(?)들과

좁디 좁은 수영장에서 

열심히 찾아 해매던 더 좁은 신비의 세계탐험...

 

그리고 수영장 신비 탐험 후에 

룸에 딸린 욕조에 버블 부어다가

이중으로 포개져 들어가 있을 때의

두근거림...

 

그렇게 하루 두 탕 씩을 뛰고 

늘 중간 정산은 로빈슨몰 4층에서 

1개 500페소 3개 1000페소 짝퉁시계 쇼핑과

등받이 고정대가 심하게 기울어진 극장에서 

 

신고 있는 샌들 사이로 나온 

발가락 앞뒤로 열심히 소풍을 다니는 

바퀴벌레들과 필리핀 공포영화 

관람하는 것으로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업소...

새로운 초이스...

새로운 호구조사...

 

이 모든 것이 귀찮아진 저는 

한 명의 ㅂㅂㅇ로 3일을 낮에

큰 이벤트 보다는 길거리 구석 구석 다니며

10페소짜리 길거리 아이스크림도 먹고

튀김도 먹고 

 

오랜만에 소소하게 놀았습니다.

 

나름 영어도 곧잘했던 그녀 덕분에 

잠깐이나마 여친아닌 여친과 함께하는 

기분도 낼 수 있었고 

 

별거 아닌 농담에도 깔깔대고

웃어주는 리액션에 정말 폭하고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결국 페이를 요구할 것이고

그에 상응하는 지폐를 건네면

조용히 돌아가고

 

아니라면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그렇게만 생각하는 얼음같은 면이 

어쩔 수 없이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귀국하기 하루 전날 

그녀는 저에게 공항에 같이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공항에 가 본 적이 없거나

아니면

더 퍼포먼스를 보여 100페소라도 

더 받으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귀국하던 날 

로빈슨몰을 돌아다니며 

같은 그림이 그려진 양말을 나눠가졌고

같은 그림이 그려진 반바지를 나눠가졌습니다.

 

마지막 식사와 커피를 마신 후

로빈슨몰 앞에서 그랩을 불러다 탔고

저희를 태운 택시는 40분만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쏟아지는 햇빛 아래에서

캐리어 옮겨준다고 돈 요구하는 

친구들이 여기 저기 뛰어다니고

뺏기지 않으려고 캐리어를 들고 길게 늘어선 

관광객들 앞에서

 

그녀와 가벼운 포옹을 하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려는데 

그녀가 말이 없습니다.

 

역시... 여기 까지구나...

에휴 난 왜 또 여기에서 

친한척 하려다가...

 

적당히 생각해둔 액수의 지폐를 

오른쪽 주머니에 준비해두었기 때문에

조용히 옆으로 내밀었지만 

그녀는 옅은 미소만 지으며 

제 손을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다시 마닐라에

온다면 자신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꼭 자신을 찾아달라구요...

너무 행복했다구요...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곳마다

다 데려다주고 

자신이 가게에 일하면서

먹고 싶었던 것 사주고

열심히 번 돈 가족에게 모두 보내고 

늘 없이 지낸 자신에게 

옷과 양말과 신발을 선물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저는 멋쩍은 듯 돈을 넣고 

몇 마디 말을 건네고 

빨려들어가듯 여권과 표를 내밀고 

공항으로 들어섰습니다. 

 

공항에서 말라떼로 도착할,

제가 부른 택시가 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 택시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막상 들어가서 짐을 

보내고 비행기표를 받고나니

30분이 지나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맨 끝 출입구를 통해서는 

여권이나 표가 없이도 배웅하러 온 

지인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아...

여기까지 온 김에 

공항 안이나 보여줄걸...

 

공항 안에서 식사나 하고 보낼걸...

 

하지만 이미 30분이나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아까 불렀던 택시는 이미 말라떼에 다다를 

시간이었습니다.

 

띠링~!!

라인 메시지가 울렸습니다.

 

"케리 아프지 마세요."

 

띠링~!!

라인 메시지가 또 울렸습니다.

 

"케리 아프면 내가 울어요."

 

띠링~!!

라인 메시지가 또 울렸습니다.

 

"케리가 마닐라에 없어요. 나 외로워요."

 

띠링~!!

라인 메시지가 또 울렸습니다.

 

"케리 아프지 마세요."

 

띠링~!!

라인 메시지가 또 울렸습니다.

 

"케리가 다시 올때까지 공항 여기에서 기다릴게요."

 

띠링~!!

라인 메시지가 또 울렸습니다.

 

"사진전송"

 

사진은 30분전 포옹을 했던 곳이었습니다.

 

전 막 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거기 있을까?

지금 있을까?

아니...

아니...

 

있으면 좋겠다.

아니 있어주면 좋겠다.

아니 제발 쫌~!! 이 ㅆㅃ제발 쫌~!!

 

미친 사람마냥 들어왔던 입구로 나가려다

(당연히)제지를 당했습니다. 

맨 끝으로 나가라고 손끝으로 가리키는 

것을 보고 다시 미친듯 달려 갔습니다.

 

맨끝으로 나가서 다시 택시가 우리를 

그녀와 나를

내려주었던 2번 입구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아..

하아...

 

한 여자가 보였습니다.

들썩이는 작은 어깨에 새까만 피부

 

머리띠로 묶어올렸지만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오느라 

여기 저기 삐죽하게 올라간 머리

 

그리고

 

나도 가지고 있는 그림의 양말과

나도 가지고 있는 그림의 반바지를 

꽉 부여잡고 얼굴을 파묻고 있는...

 

저는 조용히 옆에 앉아 말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택시도 안타면 어떻게 업소 가려구요?

마마상에게 뒤지게 맞겠네."

 

그녀는 깜짝놀란 얼굴에 눈물만 번진채로 

연신 제 어깨를 치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캐리어를 꽉 쥐고 공항 입구 

줄이 줄어들기만을 기다리는 

수십 명의 관광객들 사이에서 

둘이서 그렇게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리고 맨 끝으로 손잡고 들어가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맞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며 

그랩을 불러 그녀를 안전하게 탑승시켰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5년이나 지나 이젠 필리핀이 아닌 

대만으로 나가 멋드러지게 살면서도 

한 달에 열 번 이상 제가 일하는 중에도 

전화를 걸어옵니다.

 

언제든 대만에 올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구요 ^^

 

올해는 대만이나 다녀올까 합니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린 다시 잃어버린 미소를 

두 배로 아니 열 배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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